야구 좋아하다가 축구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작년이었고, 그때부터 유럽축구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마치 예전에 사막을 꿈꿨던 것처럼...
어쨌거나 이 관심이 그저 내 인생과제를 슬쩍 피하기 위해서 유럽직관 같은 큰 이슈로 관심을 돌려 스스로를 속이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관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서 책으로만 읽던 전술과 그에 따른 플레이를 티비나 모니터의 잘린 피치에서가 아니라 피치 전체에서의 움직임으로 보고 싶기도 했다.
경기 결과는 0-2로 인천이 패배. 이로써 개막 이후 2패인데...ㅠㅜ 인천팀 분발 좀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축구전용경기장인 '숭의아레나파크'는 경인전철 1호선 도원역 건물에서 나와 횡단보도 건너면 바로 있다.
나는 인천유나이티드 홈피에 회원가입한 뒤에 티켓을 예매했고, 집에서 인쇄해서 가져간 덕분에 2,000원 할인된 가격인 8,000원만 지불.
봄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그늘에선 쌀쌀함을 느낄 날씨이므로 좌석은 햇볕 받을 수 있는 동쪽(E석)으로 구매해서 티켓박스 거칠 필요 없이 바로 게이트로 입장했음.
식전행사.
성남FC와 수원FC는 구단주인 시장님들이 없는 이슈를 만들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인천은 홈개막전에 시장 대신에 담당 시청공무원이 대신 나와서 축사를 했음. 시장이 외자유치하러 외국에 나가 있다나? 외자유치는 고사하고 제발 빚이나 더 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예전 안상수 시장이 각종 전시행정으로 인천시를 파산 직전으로 몰아 넣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재정상태인 걸로 안다.
이런저런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성남으로 이사를 가든지...
경기시작 전 선수입장
내가 앉은 곳은 햇볕 드는 E석 중에서도 피치와 멀지 않으면서도 수비라인 이동과 선수들의 움직임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하프라인 근방의 1층 맨 뒤에서 두번째 줄 통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이날 E석 관중석엔 나차럼 햇볕 찾아서 온 관중으로 거의 찼는데, 그늘진 서쪽(W석)은 위에 사진처럼 빈 자리가 많았다. 그나마 경기 시작된 뒤에 W석에도 관중이 늘었고, 그건 홈팀 응원석인 남쪽이나 원정침 응원석이 있는 구역인 북쪽 좌석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은 원정응원석. 이날은 멀리서 온 포항서포터즈들이 차지.
그 옆에 일반관중석도 경기 시작 뒤에 조금 더 채워졌고, 이날 총 관중수는 10,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홈서포터즈들. 경기 시작 직전이라서 아직 인원이 몇 명 안 됨.
그러고 보니 축구장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다. 몇 해 전이었다. 당시엔 가끔 문학야구장에 갔었는데, 그날은 걷기동호회원들과 코스를 걸은 뒤에 문학경기장에 도착했다. 야구장으로 가는 중에 들려온 특유의 북소리와 응원함성 소리에 이끌려서 축구장에 슬쩍 들렀던 것인데, 관중석은 야구장만큼 꽉 차진 않았어도 그 응원열기만은 인상에 남았었다. 야구응원과는 또 다른 열정이 있다, 축구응원에는. 그날은 서울과의 경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우리는 그때 야빠였으므로 이내 축구장을 나와서 야구장으로 직행, 7회 이후 입장은 무료인 정책 덕분에(지금도 그런가?) 입장료 없이 야구장으로 들어갔었다.
그 맛뵈기가 내 유일한 축구장 체험이었고, 지난 일요일이 본격 축구직관으로는 처음이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이날 포항스틸러스의 17번이 후반전 공격할 때 인천의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 들다가 맞닥뜨린 수비수를 제끼려고 발재간을 부리는 모습이 2번 나왔는데, 인천관객들도 "와!"하고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사실 그 선수가 완벽히 수비를 뚫어서가 아니라 바로 눈 앞에서(동북쪽 코너플래그 근처에서의 플레이라서 관객 눈에 잘 보였음) 벌어져서 볼거리 측면에서 감탄한 것에 가까움. 그때 수비수가 제껴졌던가? 아무튼 슈팅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인천이 골문 앞에서 공을 빼앗았다.
경기는 아까 말한 대로 인천 0 : 2 포항로 끝이 났고, 나오는 길에 내가 앉았던 좌석 바로 뒤쪽에 있던 '블루마켓'에 잠깐 들러서 저지 구경하고(제일 작은 사이즈가 M이라고 함), 나한테는 조금 클 것도 같은데 입어볼까 하다가 뭐 혼자 축구 직관 다니면서(내 주변엔 야빠만 있다) 저지까지 껴 입고 가는 게 무슨 신이 나겠나 싶어서 말았다.
관중이 한꺼번에 게이트에 밀려 있는 틈에 끼어서 천천히 빠져나오는데 게이트 앞에서 구단측에서 감자칩 한 봉지씩을 나눠주기에 과자 잘 안 먹지만 하나 받아왔는데, 외국기업 감자칩이라서 짜기만 짜서 다 못 먹고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 있다.
처음에 말한 대로 이 축구관심이 진정한 것인지, 내 삶의 과제를 회피하기 위한 술수인지는 아직 단언할 순 없지만 다음에도 매번은 아니지만 종종 직관하기로 마음먹었다. 햇빛과 피부에 닿는 바람과 응원함성도 좋고, 피치에서 벌어지는 플레이 자체도 재미있어 두루두루 즐겁다.
어제 우리 지역 조기축구회를 검색해봤다. 운동신경 별로지만 축구회에 끼고 싶기도 해서.
조기축구회가 많긴 했는데, 구성원이 죄다 남자들이라서 포기. 뭐, 여자조기축구회가 있어서 실제로 가입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스트레칭과 걷기, 몇가지 기체조 외에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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