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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시간/산책이든 여행이든

보리암, 대중교통으로 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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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해 보리암에 가기로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걷기동호카페에도 가입해서 프로그램에 가끔 참가하,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역의 군내버스가 가지 않는 구간은 택시를 타기보다는 걸어서 간다. 

며칠 전에 세 번째로 남해에 갔다 왔다. 몇 해 전 처음 갔을 때는 지인이 하루 날 잡아서 승용차로 남해 곳곳을 안내했다. 그때 금산 보리암은 제외됐다.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는 주로 숙소 주변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평범하고 한적한 주변을 산책하며 2-3일 보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방문은 전에 빼놓은 보리암 방문이 목적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곳을 여행했듯이 보리암도 걸어서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인터넷 검색만 믿고 대중교통으로 보리암으로 출발했다간 생고생을 면치 못한다는 것과, 그래도 갈 사람들을 위해서 고생이 조금은 덜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남해는 걷기에 즐거운 곳이 아니니까 꼭 차를 가지고 가라고 말하기 위해서. 

이 말은, 내가 그만큼 고생했다는 얘기.


보리암, 어떤 곳인가?

해안 절벽 위에 서 있는 암자가 아름다운 사진을 본 적 있다. 바다가 보고 싶은 날이면 한번 가볼까 하고 머리에 떠올르는 곳이기도 했다. 

또 국내 3대 기도처 중 하나라는 건 잘 몰랐지만, 소원 빌면 하나는 꼭 이루어지는 곳이란 말은 들은 적 있다. 그러고 보니 빌고 싶은 바람도 있다. 그래서 몸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지만 미루지 않고 출발했는지도...


                                       (보리암. 이날은 태풍이 예보되어서 흐리고 빗발이 오락가락했다)


2. 출발 준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만큼 차편을 제일 먼저 검색했다. 

남해까지 가는 거야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되지만, 문제는 남해터미널에서 보리암 가는 군내버스 시간이었다. 

검색해 보니 보리암 입구에서 보리암에 가기까지 2개의 주차장을 거쳐야 하는데, 각 안내서나 블로그 여행기엔 각각 제1주차장과 2주차장으로 표기되어 있고,  터미널에서 1주차장까지는 하루 2번 직행버스(터미널 - 이동 버스정류장 - 1주차장)가 왕복운행된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직행버스는 오전 8시와 오후 5:15분에 남해터미널에서 출발하므로 멀리서 출발하는 내겐 당일에 타긴 어려워서 다음날 아침에 군내버스를 타자고 마음 먹었다. 


그러니까 내가 정한 방법은 이렇다.

남해터미널 - 지인댁 - 다음날 아침, 직행버스로 보리암 1주차장 하차 - 1주차장에서 2주차장까지 보리암 셔틀버스 - 500여 미터 도보, 보리암 도착 - 나올 때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도보와 셔틀버스와 시내버스, 혹은 택시를 이용해서 지인댁으로. 2-3일 묵고 - 어쩌면 지리산이나 제주, 혹은 집으로.


이제 출바알~~



3. 남해 도착 후


서울 출발 약 4시간 30분만에 남해에 도착. 

내게 여행이란 목적지 도착 후가 아니라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여행지 도착 후의 일들은 그저 뒤풀이라고 할까. 

그래서 고속버스나 열차를 타거나 걷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이날따라 출발 전부터 몸이 무겁고, 설렘도 없고, 암튼 나들이 가는 맘이 전과 많이 달랐지만 남해 사는 지인께 간다고 말했으니까 출발한 터였다.

 

남해터미널에 내려서 매표직원한테 군내지도와 버스노선표 등이 있는지 물었지만 없다는 대답을 듣고 택시로 지인 댁으로 갔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거기서 며칠 묵으려던 생각을 바꿔서 다음날 아침 직행버스를 타고 보리암에 갔다가 바로 서울로 가기로 정했다. 워낙 출발 전부터 몸이 무거워서였는지, 다음날부터 태풍영향권에 든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남해에서 지리산이나 제주로 이동해도 좋을 거라던 며칠 전의 생각이 사라졌다. 


다음날 잠이 깨면서 갑자기 바뀐 내 계획 때문에 미처 아침식사 준비를 못한 지인과 서둘러 작별인사를 하고 아침 8시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 일찌감치 7시 15분쯤 도로로 나섰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