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수로왕릉과 연지공원(3)
1. 수로왕릉
김해천문대에서 지름길로 거의 내려왔을 때 사찰이 하나 보였다. 위에서 이 절의 뒷 텃밭을 봤을 때부터 일말의 불안함도 가셨다.
롯데캐슬1단지 입구에서(아마 뒷문인 것 같은데?) 카카오택시를 불러서 수로왕릉 주차장으로 가자고 했더니 글쎄 나를 수로왕릉역 앞에서 내리게 했다. 그러면서 엘베 타면 된다고.. 나는 수로왕릉이 높은 지대에 있어서 엘베 타고 가나보다 했는데, 엘베가 어쩐지 지하철역 엘베처럼 생겨서 살펴보니 웬걸! 진짜 역이었다.
미친, 결국 거기서 횡단보도 2개 건너고 수백 미터를 걸어서 수로왕릉 주차장엘 갔는데, 그제야 지리감을 발휘해보니 좀전에 지나온 국립박물관 앞에서 내렸어도 됐었다. 4차선인가 도로만 건너면 수로왕릉이었던 걸로 보이니까. '수로왕릉 주차장'은 왕릉의 구조를 몰라서 카카오택시에 목적지로 올라 있는 항목이라 골랐을 뿐인데, 알고 보니 왕릉 주변을 유턴하듯 빙 둘러서 가면 수로왕릉 주차장이었던 것. 결국 기본요금 거리를 천 원이나 더 내게 됐는데, 그나마도 왕릉주차장에서 내려줬으면 초행길에 그도 저도 몰랐을 텐데, 엉뚱한 곳에서 내리라고 한 덕분에 내가 바가지요금에다 황당한 일까지 당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정도면 기사가 착각을 했나 싶기도 하지만, 말도 아니고 글로 목적지가 뜰 텐데 그걸 어떻게 헷갈리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수로왕릉 도착.
수로왕릉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화창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수로왕릉
숭선전(가락국 시조 왕후 허씨의 위폐를 봉안한 전각)
수로왕릉 옆에 왕비릉도 있고, 왕릉공원 담벼락을 따라가면 한옥체험관도 있다고 하고, 또 주차장 반대쪽으로 길 건너면 김해국립박물관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서울에서, 전주에서 봤고, 무엇보다 너무 지쳤고, 그때까지 점심도 못 먹어서 허기져서 계속 가고 싶지 않았다. 다 스킵하고 밥 먹을 식당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일단 낯선 지역에서 길을 찾지 좋으려면 지하철역 중 하나를 기준지점으로 삼으면 편하다. 경전철역인 '부원역'을 먼저 찾기로 했다. 예약한 숙소도 지도상으론 그 역 근처였다.
수로왕릉 주차장 건너편엔 시장이 있다. 주민이 알려준 쪽으로(왕릉을 등지고 왼쪽으로) 걷다가 시장 안에 바가지 안 쓰고 먹을 만한 곳이 있을 것 같아서 걸음을 돌려서 시장으로 들어갔다. 너무 배고플 땐 왜 도리어 어느 식당도, 어느 메뉴도 마땅해 보이지 않는 것인가? 대충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갈비탕을 시키고 물었더니 5일장이라고 한다. 비상설 5일장이 이렇게나 큰가?
장터에서 나와 식당 주인이 알려준 길로 부원역을 찾아 걸을수록 시내다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즉, 상가건물과 로드샵들, 넓어진 도로와 공중에 경전철레일. 부원역을 찾으면서 이따가 체크인할 호텔도 연신 찾았지만, 이쯤 있겠다 싶은 곳에 호텔이 없자 점점 부원역은 뒷전이고 호텔을 찾는 일에 집중했다. 건물블럭들 사이로 난 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아도 비슷비슷한 호텔이나 모텔은 보이는데 내가 묵을 호텔은 안 나타났다. 결국 찾고 보니 갔던 이 골목 저 골목을 돌고 돌았었다. 골목들이 많아서 지도대로 가니까 더 헷갈렸던 것. 아이구, 다리야..
호텔 찾고 나니까 부원역 찾기는 더 쉬워졌다. 이제 김해시내에서 길 찾는 요령이 조금 생겼다. 기준으로 삼을 역을 찾기보다는 공중에 설치된 경전철레일을 따라가다 보면 이쪽 역이든 저쪽 역이든 결국 닿게 되고, 특정지점도 가늠하기 쉽다는 것.
2. 연지공원
처음엔 왠지 연못으로 된 공원이 예쁠 것 같아서 가보자 마음먹었으나 지쳐서 스킵해도 되었지만, 다음날 봉하마을까지 가는 교통편을 생각하면 경전철 탈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날 꼭 한번은 탈 필요가 있었다. 부원역에서 연지공원역까지는 4정거장.
경전철 내부(처음 타봐서 부끄럼도 모르고 찍었다. 푸힝;;)
열차 앞에 유리가 있어서 노선 위를 달리는 게 다 보임
경전철 안에서 본 천문대. 내가 저기서 내려온 걸 생각하니 새삼 다리 아프다
이렇게 도착한 연지공원.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아서 산책 나온 주민들이 많았고, 연못도 생각보다 크고 산책로와 조경수들도 예뻤다. 버스커 2명이 오카리나 버스킹을 해서 평온한 저녁나절에 선율을 더해주었다.
밤이면 조명이 밝혀져서 야경이 예쁘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좀 지쳐서 7시 못 되어서 떠났다. 화창한 30도의 날씨 속에 종일 돌아다닌 탓에 땀범벅이 됐고, 다리도 아파서 빨리 씻고 눕고만 싶을 뿐.
숙소로 가기 위해 다시 한번 경전철 탔고, 아까 고생한 덕분에 이번에는 쉽게 숙소를 찾았다. 맥주 한 캔 사들고 갈까 1초 정도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다음날 아침 봉하마을 참배풍경과 봉하마을 가는 방법 몇 가지 소개는 다음 편에~